자동차

아산 범퍼 라이트 복원 장인을 찾아갔습니다.(의도치 않은 리얼 후기)

글장난 2022. 6. 25.

 

아산-범퍼-라이트-복원-후기
아산-범퍼-라이트-복원-후기

 

차량 전용 목쿠션을 사기 위해 아산 이마트에 가서 차를 주차해놓고 볼 일을 보러 갔습니다. 30분 정도가 흘러 돌아왔더니 제 차 앞에 어르신 한 분이 전화기를 들고 서 계시더군요. 아무 생각 없이 가까이 갔는데 제 차 앞 범퍼와 휀다 가니쉬가 긁힌 게 눈에 들어왔습니다. "어?" 하는 찰나 옆에 계시던 어르신께서 본인이 차를 긁었는데 전화를 해도 안 받아서 30분째 기다리고 계셨다네요. 폰을 차에 두고 가는 바람에 못 받았다고 말씀드리긴 했는데 설마 주차장에서 접촉 사고가 일어날 거란 생각을 못했습니다.

 

범퍼-및-휀다-가니쉬-긁힘
범퍼-및-휀다-가니쉬-긁힘

 

아직 1천 km도 못 탄 신차라 무척 속상했지만 그래도 나름 상대차의 모서리 부분으로 밀친 게 아닌 문짝 옆면이 지나가면서 긁은 거라 단차가 생기지 않았음은 물론 딱 범퍼 부위만 긁어서 철판이 그대로 살아 있다는 게 천만다행인 것 같아요. 새 차이기도 하고 단순 범퍼 긁힘인데 보험을 부르자니 차량 감가상각이 심할 것이라 고민을 하고 있었는데 상대 차주 어르신께서 영수증 종이에 본인과 범퍼 복원 업체의 연락처를 적어 주시며 지인에게 전화해놨으니 시간 날 때 가서 수리하라고 합니다. 

 

만약 적반하장의 태도를 보이셨다면 감가고 뭐고 통으로 갈아버렸겠지만 성격이 참 좋으신 분 같으셔서 잠깐 고민하다가 그냥 승낙했습니다. 과거에 어떤 인간은 뒤에서 억지로 밀고 들어와 문짝이랑 휀다 경계를 5cm 정도 흠집 냈었는데 자기가 긁어놓고 5만 원을 지갑에서 꺼내더니 이걸로 퉁 치자며 버럭 하더라고요? 신호 대기하느라 가만히 서 있다가 당한 건데 갑자기 쌍방처럼 행동하길래 바로 보험사 불러서 공업사 맡기고 문이랑 휀다를 싹 갈아버려 150의 견적을 청구한 적이 있었는데 지금은 어르신의 마음씨 좋은 행동을 보고 있자니 차마 그러고 싶진 않았습니다. 

 

사실 범퍼와 라이트의 복원 및 재생은 장안동이 최고라는 것만 철썩같이 믿고 있던 저에게 아산 범퍼 복원 업체는 그다지 신뢰가 가진 않았어요. 1급 공업사에 맡겼다가 페인트가 울고 눈물방울도 찍혀본 경험이 있었기에 새 차에 도장을 해봐야 얼마나 깔끔하겠냐는 판단을 하고 있었죠.

 

금호-범퍼-전문
금호-범퍼-전문

 

아무튼 그렇게 업체 사장님과 통화를 하여 다음 날 오전으로 약속을 잡고 찾아갔습니다. 확실히 부지 전체를 범퍼들로 가득 채운 곳이라 그런지 바로 티가 나더군요. 이곳은 상호명으로 내비게이션에서 검색이 안되니 직접 통화하고 주소를 받아야 합니다. 혹시 불법 업체인가 싶어 사무실에서 사업자 등록증을 찾아보았는 데 있더군요.

 

범퍼-수리-및-라이트-판매
범퍼-수리-및-라이트-판매

 

이 업체 사장님은 자동차 관련 업종에서 30년을 일하셨고 공장장까지 하셨다가 7년 전에 부지를 인수받았다 하시는데 지금은 취미 삼아 범퍼 라이트 복원 및 재생 일을 하시는 것 같아요. 장안동에도 계셨다는 말에 뭔지 모를 믿음이 생겼습니다.

 

작업장-입고
작업장-입고

 

작업장이... 좁습니다. 솔직히 준중형급 이상으로 수리하려면 어떻게 할지 궁금하긴 한데 사장님 말씀으론 바로 옆에 허가받은 작업장도 있다는 걸로 봐서 작은 차들만 사무실 앞에서 바로 작업하시는 것 같네요. 작업 시간은 앞으로 3시간 정도 걸릴 거라고 하시는데 장소가 외진 곳이라 주변에 뭐 없습니다. 끝날 때까지 기다리셔야 하니 이 점 참고해주세요.

 

범퍼-복원-과정
범퍼-복원-과정

 

먼저 마스킹 테이프와 신문, 비닐을 이용해 번지지 않게 선을 잡아 주시네요. 그 뒤 갈고 뿌리고 닦고 열처리를 수차례 반복하십니다. 뒤에서 구경하던 도중 들은 말인데 복원할 때 페인트가 울거나 눈물 방울이 찍히는 경우 검은색 차종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현상이며, 또 다른 이유로는 일정에 맞추려고 빠르게 작업해버리는 경우에도 자주 발생한다고 하시는군요. 

 

범퍼-재생
범퍼-재생

 

열처리를 하면서 기다리는 시간마다 다른 차량의 깨진 범퍼를 재생 작업하고 계십니다. 200 가까이하는 물건이라 차주분이 재생을 맡기셨다네요. 원래 작업 현장 사진을 찍으면 안 되는데 최대한 티 나지 않고 간단하게 보이려고 사진을 골라내느라 저도 애 좀 먹었습니다. 😊

 

갑작스런-폭우
갑작스런-폭우

 

가는 날이 장날인가 폭우가 쏟아졌습니다. 다행인 건 모든 작업이 끝났을 땐 그나마 비가 좀 적게 내렸다는 것? 내리는 비를 보시더니 열처리를 좀 더 빡세게 하실 거라네요. 휀다 가니쉬의 경우 쌍용은 주문은 받되 배달은 하지 않는 답니다. 듣고 보니 타 업체에 비해 유독 쌍용만 공임비와 인건비가 많이 비싸더군요. 지금의 쌍용이 토레스와 KR10으로 다시 일어나려면 수리나 A/S에 대한 부분도 필히 정신 차려야 할 문제가 아닌가 싶습니다. 

 

주문한 가니쉬를 직접 받으러 갔다가 오신 후 어느덧 점심시간이 되어 근처 짬뽕집에 들러 사장님과 함께 식사를 했습니다. 제 차를 긁으신 차주분이 수리비 포함으로 처리해 주실 것 같아 뜻하지 않게 얻어먹게 되었네요. 배달이 안 되는 짬뽕집이라 그런지 국물에서 불 맛도 나고 홍합도 많고 맛있었습니다. 면이 살짝 아쉬웠다는 것만 빼면 말이죠.

 

범퍼-복원-작업-완료
범퍼-복원-작업-완료

 

어느덧 3시간이 훌쩍 넘어버렸습니다. 비 때문에 손이 많이 가서 작업 시간이 더 걸렸던 걸까요? 꼼꼼하게 해 주신 거라 저는 오히려 기분이 좋네요. 페인트가 울렁거리는 듯 운 흔적도 없고 눈물방울도 없을 정도로 광택까지 매끈하게 복원되었습니다. 작업장은 뭔가 야매처럼 보였는데 사장님은 진짜 FM대로 하시는 분이시더라고요. 

 

제 차를 작업하기 전에 수리한 차량이 아반떼 엉덩이 라이트 깨진 것과 범퍼 복원이었는데 역시나 외국인 차라고 하시더군요. 이런 정보를 어떻게 찾는 건지 한편으론 그들이 대단해 보입니다.

 

참고로 경미한 접촉 사고가 발생했다면 되도록 차량의 감가상각을 생각해서라도 무조건 새것으로 교체하기 전에 먼저 도장, 복원, 재생을 생각해보세요. 자동차 보험료 오르는 것도 은근히 타격이 크니까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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